혁신의 미래, 삼성우주선타고 지구 도는 시대 온다

기업,왜 혁신인가]<2>R&D무한도전시대

-톰슨로이터 글로벌 혁신기업 분석…가상의 삼성월드 전망 
-혁신기업들도 연구개발 투자주저…삼성 구글 애플 등은 확대
-“연구개발과 성과 관계없다(잡스)”던 애플도 투자 늘려

삼성 이노베이션뮤지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조만간 삼성TV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브랜드의 약을 먹고 삼성에너지드링크를 마시며 삼성화장품을 쓰고 삼성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여행할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톰슨 로이터가 지난달 펴낸 ‘개방된 미래: 2015 혁신 현황 보고서’의 한 내용이다. 톰슨 로이터는 5년간 글로벌 특허 및 학술 데이터를 분석, 새로운 혁신을 가장 많이 창출한 상위 기업, 연구기관, 기술 분야를 서술했다.

바실 모프타 톰슨로이터 IP앤드사이언스 회장은 혁신의 미래를 설명하는 첫 장에 “삼성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창조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삼성월드’의 시나리오를 적었다. 톰슨로이터가 각 부문별로 선정한 아시아 혁신 톱 5에서 삼성은 컴퓨팅ㆍ반도체ㆍ모바일ㆍ메디컬 등 4관왕, LG전자(주방가전ㆍ반도체ㆍ모바일)도 3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현대차(자동차), SK하이닉스(반도체)와 아모레퍼시픽(코즈메틱)등 5개 기업이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혁신기업들도 주저하는 연구개발= 혁신의 가장 큰 무기는 연구개발이다. 그러나 최근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혁신기업마저도 연구개발 투자를 주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세계 1000대 혁신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총액(6470억달러)은 전년 대비 1.4%밖에 늘리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3.7%)보다 낮고 금융위기로 투자가 감소한 2010년(-5.6%)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톰슨로이터 분석에서도 지난해 전 세계 특허 건수는 전년보다 3% 증가해 2009년 세계 경기침체 이후 가장 저조한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신규 학술연구 건수는 34% 감소했다.

일부 혁신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이들 기업이 미래의 혁신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과거의 혁신에 안주하고 있는 경우다. Pwc는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향후 혁신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서비스부문의 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000대 기업 조사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현재 52대48에서 2024년에는 38대62로 역전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개발 투자배분도 달라진다. 점진적 혁신이 58%에서 43%로 낮아진 반면에 새로운 혁신이 28%에서 35%로, 획기적 혁신은 14%에서 22%로 각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 애플, 구글 등은 연구개발 늘린다= 전반적인 투자 둔화 기조와 달리 세계적인 혁신기업들은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PwC의 연구개발 투자액 상위 20대 기업이 지난해 한 해 쏟아부은 연구개발비는 1653억달러로 1000대 혁신기업 전체(6470억달러)의 25.5%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투자 증가율도 5.4%로 전체 평균(1.4%)의 3.85배에 달했다.

상위 20위 가운데 전년 대비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 곳은 12곳에 이른다. 증가율로는 아마존(전체 순위 14위ㆍ66억달러ㆍ43.8%)이 가장 높았고 삼성(2위ㆍ134억달러ㆍ28.0%), 구글(9위ㆍ17.1%ㆍ80억달러), 포드(15위ㆍ16.4%ㆍ64억달러), 시스코(20위ㆍ59억달러ㆍ8.3%) 등이 뒤를 이었다.

애플도 연구개발 경쟁에 나섰다. 1998년 스티브 잡스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혁신은 연구개발 비용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애플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IBM의 100분의 1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애플(45억달러)이 IBM(62억달러)에 근접해 있다. 애플은 향후 2년 안에 연구개발 투자금액을 100억달러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애플·삼성 위협하는 中= PwC는 애플, 구글, 아마존, 삼성, 테슬라, GE, IBM 등 10곳을 최고의 혁신기업 톱 10에 선정하면서 삼성과 구글, 애플 등 3곳을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난 혁신기업”으로 평가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2014년 혁신 기업 평가에서도 애플이 10년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구글이 2위, 삼성이 3위를 차지했으며 MS, IBM, 아마존, 테슬라, 도요타, 페이스북, 소니 순으로 상위 10위권을 형성했다.

연구개발에서도 중국의 발전은 비약적이다. PwC의 1000대 기업 조사에서 10년 전 8개에 불과했던 중국 업체 수는 114개로 증가했다.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 수는 2000년 38개에서 2014년 95개로 약 2.5배 증가했다. 한국 기업 수도 같은 기간 12개에서 17개로 약 1.4배 증가했지만 중국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중국 스마트폰제조업체인 샤오미(35위)는 지난해 처음으로 BCG의 50대 혁신기업에 포함됐다.

◆韓기업들, 경영 어려워도 R&D올인=미국의 수성과 중국의 추격 속에서 한국 기업들도 미래의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 SK, LG, 현대차 등 30대 그룹의 올해 연구개발 투자액(계획)은 3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한다. 대내외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전년(31조3000억원)의 증가율(4.2%)보다 목표치를 높인 것은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3년 14조8000억원, 지난해 15조3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삼성전자는 올해도 16조원가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39조원 안팎에 달하는 전체 투자액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설비투자에서는 평택 반도체라인 건설에 15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반도체공장 규모로는 세계 최대이고, 투자금액으로는 국내 단일기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LG전자의 연구개발 투자액도 2011년 2조9600억원에서 지난해 3조6600억원, 올해는 4조원 돌파가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미래차 개발과 핵심 부품 원천기술 확보 등을 위해 연구개발에만 31조6000억원(연간 약 7조9000억원)을 투자해 폭스바겐, 도요타, 포드 등과의 경쟁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주요 그룹들은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OLED, 유통, 에너지 등 기존 주력업종의 과감한 설비 투자와 신성장동력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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